[오마이뉴스] "아는 만큼 행복하고, 아는 만큼 즐거워요."
글 허은선 | 사진 박김형준 | 2021.04.01
[휴먼스 오브 경기] 60대 유튜버 '청수맘' 포천 청수면옥 김옥경씨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복습을 적어도 세 번에서 여덟 번을 하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우연히 접한, 경기 포천 60대 유튜버 청수맘님의 영상 속 내레이션입니다. '많은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잘할 수 있겠지'란 문구로 시작하는 이 영상에서 청수맘님은, 듀얼 모니터 앞에서 어도비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어요. 필기가 빼곡한 노트와 함께.
호기심이 들어 채널을 살펴보니, 포천에서 식당 '청수면옥'을 운영하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경기도민이셨어요.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어 인터뷰 요청을 드렸습니다. 다음은 지난 3월 17일, 포천 청수면옥에서 청수맘님과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입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천에서 청수면옥을 운영하는 김옥경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에선 '청수맘'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어요. 청수면옥을 운영한 지는 지금 15년 되었네요."
▲ 포천 청수면옥 대표 청수맘님. 평양 출신 시부모님이 특별한 날에만 만들어주시던 소고기국밥 등을 청수면옥에서 직접 만들어 선보인다.
- 원래 포천 분이신가요.
"서울 가락동에 살았어요. 그러다 공장을 포천에서 하게 돼서 여기로 오게 됐죠."
- 어떤 공장이었나요.
"1997년도부터 2002년쯤까지 앨범을 만들어서 러시아에 수출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휴대폰이 나오면서 앨범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됐죠. 이젠 사진을 전부 SNS에 올리니까요. 그러다 이제 앞으로 뭘 할까 생각을 하는데, 제가 평상시에 냉면을 좋아하거든요. 우연한 기회로 아는 분과 이 가게를 같이 하게 됐어요.
그런데 오픈 한 달만에 갑자기 그분이 자기는 너무 힘들어서 같이 못하겠다는 거예요. 너무 황당하잖아요. 우리 돈을 다 들여서 차려놨는데 어쩔 수가 없죠. 5000만 원을 또 주고 냉면 레시피를 배웠습니다."
▲ 시어머니 레시피대로 녹두만 100% 넣은 녹두지짐. 최근 서빙 로봇도 도입했다.
- 지금은 냉면 외에도 메뉴가 다양한데요. 이북에서 오신 시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요.
"네, 그분이 나가고 나서 자연스럽게 시부모님과 친정아버지가 드시던 음식을 여기서 하게 됐어요. 모두 이북 분이신데요. 특히 녹두지짐은 우리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대로만 하면 녹두만 가지고도 충분히 맛있는 빈대떡을 지질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녹두만 넣으면 잘 붙지 않으니까 찹쌀이나 멥쌀을 섞기도 하는데, 저희는 녹두만 100% 들어갑니다. 만두는 당면을 안 넣고, 고기를 좀 넉넉히 넣고요. 국밥은 소고기를 푹 삶아서 지방은 완전히 건져내고 담백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국밥 하나만으로는 양이 좀 모자라는 것 같길래, 만두 한 알과 떡국떡 네다섯 개를 넣어서 드려요. 손님들 반응이 괜찮아요."
▲ 청수맘님이 직접 디자인한 메뉴판
- 유튜브 영상도 직접 찍어서 편집하시는데요. 영상은 언제부터 배우셨나요.
"영상 편집한 건 한 5~6년 됐을 거예요. 파워 디렉터 밑바탕으로 프리미어를 배웠고, 지금은 애프터 이펙트까지 하고 있어요. 그래도 뭐 잘하지 못해요. 어제도 하다가 못하겠어서… (웃음)"
- 경희사이버대 외식조리경영학과도 다니셨는데요. 늘 뭔가를 배우시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배우는 걸 좋아해요. 또 학교에서 들은 강의가 제가 하는 일과 실제 연관이 있기도 하고요. 여기 앞에 화분들 쫙 있잖아요. 우리 직원들은 제가 여기서 하는 일 중 제일 영양가 없고 힘든 일이 저 화분에 물 주고 꽃 기르는 일이래요. (웃음)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우리 아들한테도 말해요. '냉면집이라고 해서 냉면만 팔아선 안 된다. 우리는 길가에 있고, 땅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인테리어란 걸 제대로 할 수 없고, 또 가을에 국화꽃이 쫙 피면 지나다니는 사람도 즐겁고 나도 즐겁지 않냐.'
제가 포천에 상인 대학을 다녔는데, 거기 교수님들도 제가 물건을 판다고 해서 진짜 물건만 팔아선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주위에 이런 거 심고 그러는 것도 다 서비스라고요."
- 요즘은 또 어떤 걸 배우시나요.
"다른 사람 유튜브도 많이 보면서 참조하고요. 자판 연습도 많이 하고. 프리미어도 조금씩 하고요. 책 <강안독서>도 지금 두세 번째 읽고 있어요. 언젠가는 제 이야기를 한번 써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엑셀도 배워요."
▲ “요새 꽃이 한창 예쁘니까 한번 해봤어요.” 청바지를 업사이클링해 가게 입구를 꾸몄다.
▲ 청수맘님이 직접 그린 그림
- 엑셀은 올해 처음 도전하시는 건가요.
"네, 올해 처음이에요.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막 이러는 중인데… (웃음) 이제 처음이니까 그냥 무조건 따라가는 거예요. 언젠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 청수맘님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간장 담그는 모습, 손주와의 일상 등을 직접 편집해 올린다.
- 기사를 보고 '청수맘'이라고 검색해서 유튜브를 찾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이건 꼭 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영상이 있다면요.
"사실 저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쓸 때 누가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것보다도요. 블로그에는 우리 며느리들이 나중에 '아, 이거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요리했을까' 궁금해지면 봐라, 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많이 올려놨고요.
유튜브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다른 전문 크리에이터들처럼 매일 다른 요리를 할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 일상적인 거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지금 구독자가 250명 정도예요. 얼마 안되더라도, 구독자 많아서 그거 갖고 밥 먹고 살지는 않으니까. (웃음) 뭐 제 영상에 보면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 이런 거 한 번도 없을 거예요."
- 공부에 도전하고 싶은 60대 또래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혹시 있을까요.
"공부를 늘 하는 게 젊게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같아요.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도 대화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또 우리 나이 또래들은 집에 책상이 없어요. 내 책상 있는 엄마들이 별로 없잖아요. 일단 내 책상을 하나 마련해야 돼요, 집에. 그래야 컴퓨터도 갖다 놓고 유튜브도 하고 책도 봐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아는 만큼 행복하고, 아는 만큼 즐거워요. 나가보면 여성회관, 시청 등에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요. 옛날처럼 한 달에 학원비가 몇십만 원씩 나가는 것도 없어요. 그리고 만 65세가 넘으면 영상 편집 수업 같은 것도 한 달에 만 원이면 다 들어요. 잘 살펴보면 얼마든지 공부할 곳은 많으니, 제 나이 또래 되는 분이 혹시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열심히 공부하면서 인생을 한번 즐겨보자',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오마이뉴스] "아는 만큼 행복하고, 아는 만큼 즐거워요."
글 허은선 | 사진 박김형준 | 2021.04.01
[휴먼스 오브 경기] 60대 유튜버 '청수맘' 포천 청수면옥 김옥경씨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복습을 적어도 세 번에서 여덟 번을 하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우연히 접한, 경기 포천 60대 유튜버 청수맘님의 영상 속 내레이션입니다. '많은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는 잘할 수 있겠지'란 문구로 시작하는 이 영상에서 청수맘님은, 듀얼 모니터 앞에서 어도비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어요. 필기가 빼곡한 노트와 함께.
호기심이 들어 채널을 살펴보니, 포천에서 식당 '청수면옥'을 운영하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경기도민이셨어요.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어 인터뷰 요청을 드렸습니다. 다음은 지난 3월 17일, 포천 청수면옥에서 청수맘님과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입니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천에서 청수면옥을 운영하는 김옥경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에선 '청수맘'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어요. 청수면옥을 운영한 지는 지금 15년 되었네요."
▲ 포천 청수면옥 대표 청수맘님. 평양 출신 시부모님이 특별한 날에만 만들어주시던 소고기국밥 등을 청수면옥에서 직접 만들어 선보인다.
- 원래 포천 분이신가요.
"서울 가락동에 살았어요. 그러다 공장을 포천에서 하게 돼서 여기로 오게 됐죠."
- 어떤 공장이었나요.
"1997년도부터 2002년쯤까지 앨범을 만들어서 러시아에 수출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휴대폰이 나오면서 앨범 사업을 완전히 접게 됐죠. 이젠 사진을 전부 SNS에 올리니까요. 그러다 이제 앞으로 뭘 할까 생각을 하는데, 제가 평상시에 냉면을 좋아하거든요. 우연한 기회로 아는 분과 이 가게를 같이 하게 됐어요.
그런데 오픈 한 달만에 갑자기 그분이 자기는 너무 힘들어서 같이 못하겠다는 거예요. 너무 황당하잖아요. 우리 돈을 다 들여서 차려놨는데 어쩔 수가 없죠. 5000만 원을 또 주고 냉면 레시피를 배웠습니다."
▲ 시어머니 레시피대로 녹두만 100% 넣은 녹두지짐. 최근 서빙 로봇도 도입했다.
- 지금은 냉면 외에도 메뉴가 다양한데요. 이북에서 오신 시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요.
"네, 그분이 나가고 나서 자연스럽게 시부모님과 친정아버지가 드시던 음식을 여기서 하게 됐어요. 모두 이북 분이신데요. 특히 녹두지짐은 우리 어머님이 가르쳐주신 대로만 하면 녹두만 가지고도 충분히 맛있는 빈대떡을 지질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녹두만 넣으면 잘 붙지 않으니까 찹쌀이나 멥쌀을 섞기도 하는데, 저희는 녹두만 100% 들어갑니다. 만두는 당면을 안 넣고, 고기를 좀 넉넉히 넣고요. 국밥은 소고기를 푹 삶아서 지방은 완전히 건져내고 담백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국밥 하나만으로는 양이 좀 모자라는 것 같길래, 만두 한 알과 떡국떡 네다섯 개를 넣어서 드려요. 손님들 반응이 괜찮아요."
▲ 청수맘님이 직접 디자인한 메뉴판
- 유튜브 영상도 직접 찍어서 편집하시는데요. 영상은 언제부터 배우셨나요.
"영상 편집한 건 한 5~6년 됐을 거예요. 파워 디렉터 밑바탕으로 프리미어를 배웠고, 지금은 애프터 이펙트까지 하고 있어요. 그래도 뭐 잘하지 못해요. 어제도 하다가 못하겠어서… (웃음)"
- 경희사이버대 외식조리경영학과도 다니셨는데요. 늘 뭔가를 배우시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배우는 걸 좋아해요. 또 학교에서 들은 강의가 제가 하는 일과 실제 연관이 있기도 하고요. 여기 앞에 화분들 쫙 있잖아요. 우리 직원들은 제가 여기서 하는 일 중 제일 영양가 없고 힘든 일이 저 화분에 물 주고 꽃 기르는 일이래요. (웃음)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우리 아들한테도 말해요. '냉면집이라고 해서 냉면만 팔아선 안 된다. 우리는 길가에 있고, 땅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인테리어란 걸 제대로 할 수 없고, 또 가을에 국화꽃이 쫙 피면 지나다니는 사람도 즐겁고 나도 즐겁지 않냐.'
제가 포천에 상인 대학을 다녔는데, 거기 교수님들도 제가 물건을 판다고 해서 진짜 물건만 팔아선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주위에 이런 거 심고 그러는 것도 다 서비스라고요."
- 요즘은 또 어떤 걸 배우시나요.
"다른 사람 유튜브도 많이 보면서 참조하고요. 자판 연습도 많이 하고. 프리미어도 조금씩 하고요. 책 <강안독서>도 지금 두세 번째 읽고 있어요. 언젠가는 제 이야기를 한번 써보고 싶어서요. 그리고 엑셀도 배워요."
▲ “요새 꽃이 한창 예쁘니까 한번 해봤어요.” 청바지를 업사이클링해 가게 입구를 꾸몄다.
▲ 청수맘님이 직접 그린 그림
- 엑셀은 올해 처음 도전하시는 건가요.
"네, 올해 처음이에요.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막 이러는 중인데… (웃음) 이제 처음이니까 그냥 무조건 따라가는 거예요. 언젠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 청수맘님 유튜브 화면 갈무리. 간장 담그는 모습, 손주와의 일상 등을 직접 편집해 올린다.
- 기사를 보고 '청수맘'이라고 검색해서 유튜브를 찾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이건 꼭 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영상이 있다면요.
"사실 저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쓸 때 누가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것보다도요. 블로그에는 우리 며느리들이 나중에 '아, 이거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요리했을까' 궁금해지면 봐라, 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많이 올려놨고요.
유튜브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다른 전문 크리에이터들처럼 매일 다른 요리를 할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 일상적인 거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지금 구독자가 250명 정도예요. 얼마 안되더라도, 구독자 많아서 그거 갖고 밥 먹고 살지는 않으니까. (웃음) 뭐 제 영상에 보면 '구독, 좋아요 눌러주세요' 이런 거 한 번도 없을 거예요."
- 공부에 도전하고 싶은 60대 또래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혹시 있을까요.
"공부를 늘 하는 게 젊게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같아요. 아들, 며느리, 손주들과도 대화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또 우리 나이 또래들은 집에 책상이 없어요. 내 책상 있는 엄마들이 별로 없잖아요. 일단 내 책상을 하나 마련해야 돼요, 집에. 그래야 컴퓨터도 갖다 놓고 유튜브도 하고 책도 봐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아는 만큼 행복하고, 아는 만큼 즐거워요. 나가보면 여성회관, 시청 등에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요. 옛날처럼 한 달에 학원비가 몇십만 원씩 나가는 것도 없어요. 그리고 만 65세가 넘으면 영상 편집 수업 같은 것도 한 달에 만 원이면 다 들어요. 잘 살펴보면 얼마든지 공부할 곳은 많으니, 제 나이 또래 되는 분이 혹시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열심히 공부하면서 인생을 한번 즐겨보자',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