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커피 내리고, 배달하고… 한국인 일상 스며든 로봇
최인준 기자 | 2020.11.12
일상생활용 로봇 잇따라 개발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지하 식당 입구에 LG전자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섰다.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이 만들어 주는 핸드 드립(손으로 내린) 커피를 받기 위한 줄이었다. 직원이 커피 주문 버튼을 누르자 로봇팔 형태의 바리스타봇이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복잡한 과정을 척척 해냈다. 직원들은 “전문가가 만든 커피 못지않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LG전자는 최근 경기도 고양의 국립암센터와 인천 이원의료재단에 서랍형 운반 로봇 ‘LG 클로이 서브봇’도 2대씩 공급했다. 승강기를 스스로 타고 내릴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 제품이다. 로봇이 무선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각 층으로 이동하고, 자동문 앞에선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신호를 보내 문을 연다. 사람의 도움 없이 병원 곳곳의 실험실과 연구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의약품을 나른다.
로봇이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공장 같은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만 쓰였지만, 최근엔 사무 빌딩이나 병원, 호텔, 길거리 같은 일상생활 공간에서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활동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주게 됐다. 고도화된 센서 기술로 사람과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가고, 자율주행을 통해 스스로 길과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게 되면서다.
그래픽=백형선
◇일상에서 사람 대신하는 로봇
국내에선 통신 3사가 로봇 서비스 출시를 주도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투자해 온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이 바탕이 됐다. KT는 지난 4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 현대로보틱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2세대 ‘엔봇’을 투입했다. 이 로봇은 호텔 투숙객이 수건, 생수 등 편의용품을 요청하면 혼자서 객실로 이동해 배달해 준다. 엔봇은 1세대 모델보다 이동 속도가 40% 빨라졌고, 장애물이나 사람에 가까워지면 스스로 피하는 등 주행 안정성도 높아졌다. KT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한 인공지능 반려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공동으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 중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MEC(모바일 분산 컴퓨팅) 기술이 핵심으로,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거나 새로운 길을 찾는 등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자율주행 로봇에 필수적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부터 서울에서 4G(5세대) LTE 통신망을 기반으로 구동되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에 5G MEC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 방역 로봇을 개발해 이 회사 사옥에서 사용 중이다. 얼굴 인식 기능과 온도 측정 기능이 탑재돼 자율주행 중 사람과 마주치면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온을 자동으로 확인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는 음성을 통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안내한다. 이 방역 로봇은 한 번에 최대 10명의 얼굴을 동시에 인식하고 0.3초 내에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가린다.
◇마비환자 돕는 ‘아이언맨 수트’도
스타트업들도 최근 최신 기술을 적용한 로봇 제품을 잇따라 상용화하고 있다. 공경철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과)가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는 지난 9월 세브란스병원에 하지 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로봇 ‘엔젤렉스 M’을 공급했다. 엔젤렉스 M은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로봇처럼 팔·다리·등에 걸치는 웨어러블(입는) 방식의 로봇이다. 환자가 로봇을 착용한 상태에서 발과 다리에 힘을 주면 센서가 힘의 강도와 무게중심 이동을 감지해 힘을 보조해준다. 평지보행, 계단 오르기, 앉기 등 6가지 동작을 훈련할 수 있다. 공 교수는 “엔젤렉스 M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급성기 치료를 끝낸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기 직전에 재활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엑소아틀레트아시아는 최대 16㎏의 무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엑사W’를 개발해 지난달 롯데리아에 공급했다. 로봇을 착용한 롯데리아 직원은 기존보다 힘을 적게 들이고도 무거운 음식 재료를 들 수 있게 됐다. 또 브이디컴퍼니는 지난달 말 열린 로봇 전시회 ’2020로보월드'에서 요리 로봇인 ‘쿡봇’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식기세척기 크기의 이 로봇은 필요한 재료를 안에 넣으면 레시피에 따라 자동으로 요리해준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단맛·짠맛 등 5가지 맛을 조절할 수 있다. 접시를 두면 완성된 요리를 올리고, 자동으로 내부 세척도 한다.
[조선일보] 커피 내리고, 배달하고… 한국인 일상 스며든 로봇
최인준 기자 | 2020.11.12
일상생활용 로봇 잇따라 개발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지하 식당 입구에 LG전자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섰다.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이 만들어 주는 핸드 드립(손으로 내린) 커피를 받기 위한 줄이었다. 직원이 커피 주문 버튼을 누르자 로봇팔 형태의 바리스타봇이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는 복잡한 과정을 척척 해냈다. 직원들은 “전문가가 만든 커피 못지않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LG전자는 최근 경기도 고양의 국립암센터와 인천 이원의료재단에 서랍형 운반 로봇 ‘LG 클로이 서브봇’도 2대씩 공급했다. 승강기를 스스로 타고 내릴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 제품이다. 로봇이 무선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각 층으로 이동하고, 자동문 앞에선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신호를 보내 문을 연다. 사람의 도움 없이 병원 곳곳의 실험실과 연구실을 자유롭게 오가며 의약품을 나른다.
로봇이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공장 같은 위험한 산업 현장에서만 쓰였지만, 최근엔 사무 빌딩이나 병원, 호텔, 길거리 같은 일상생활 공간에서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활동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주게 됐다. 고도화된 센서 기술로 사람과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가고, 자율주행을 통해 스스로 길과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게 되면서다.
그래픽=백형선
◇일상에서 사람 대신하는 로봇
국내에선 통신 3사가 로봇 서비스 출시를 주도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투자해 온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이 바탕이 됐다. KT는 지난 4월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 현대로보틱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2세대 ‘엔봇’을 투입했다. 이 로봇은 호텔 투숙객이 수건, 생수 등 편의용품을 요청하면 혼자서 객실로 이동해 배달해 준다. 엔봇은 1세대 모델보다 이동 속도가 40% 빨라졌고, 장애물이나 사람에 가까워지면 스스로 피하는 등 주행 안정성도 높아졌다. KT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어린이와 어르신을 위한 인공지능 반려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공동으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 중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반 MEC(모바일 분산 컴퓨팅) 기술이 핵심으로,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거나 새로운 길을 찾는 등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자율주행 로봇에 필수적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부터 서울에서 4G(5세대) LTE 통신망을 기반으로 구동되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 ‘딜리드라이브’에 5G MEC을 적용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 방역 로봇을 개발해 이 회사 사옥에서 사용 중이다. 얼굴 인식 기능과 온도 측정 기능이 탑재돼 자율주행 중 사람과 마주치면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온을 자동으로 확인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는 음성을 통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안내한다. 이 방역 로봇은 한 번에 최대 10명의 얼굴을 동시에 인식하고 0.3초 내에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가린다.
◇마비환자 돕는 ‘아이언맨 수트’도
스타트업들도 최근 최신 기술을 적용한 로봇 제품을 잇따라 상용화하고 있다. 공경철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과)가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는 지난 9월 세브란스병원에 하지 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로봇 ‘엔젤렉스 M’을 공급했다. 엔젤렉스 M은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로봇처럼 팔·다리·등에 걸치는 웨어러블(입는) 방식의 로봇이다. 환자가 로봇을 착용한 상태에서 발과 다리에 힘을 주면 센서가 힘의 강도와 무게중심 이동을 감지해 힘을 보조해준다. 평지보행, 계단 오르기, 앉기 등 6가지 동작을 훈련할 수 있다. 공 교수는 “엔젤렉스 M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급성기 치료를 끝낸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기 직전에 재활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엑소아틀레트아시아는 최대 16㎏의 무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엑사W’를 개발해 지난달 롯데리아에 공급했다. 로봇을 착용한 롯데리아 직원은 기존보다 힘을 적게 들이고도 무거운 음식 재료를 들 수 있게 됐다. 또 브이디컴퍼니는 지난달 말 열린 로봇 전시회 ’2020로보월드'에서 요리 로봇인 ‘쿡봇’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식기세척기 크기의 이 로봇은 필요한 재료를 안에 넣으면 레시피에 따라 자동으로 요리해준다. 개인 취향에 따라 단맛·짠맛 등 5가지 맛을 조절할 수 있다. 접시를 두면 완성된 요리를 올리고, 자동으로 내부 세척도 한다.